바다는 풍요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바다를 보러 간다. 넓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응어리진 속마음을 정화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한결같이 이어진 산과 바다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옹졸해진 마음도 편안하게 풀어지곤 하는 것 아닐까. 바다가 주는 풍요를 한가득 안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곳. 한국가스기술공사 삼척기지 사람들이 추천하는 매혹적인 마음 쉼터 동해안으로 훌쩍 떠나본다.
동해안에서 만끽하는 브런치
동해시 추암해수욕장에서 삼척항까지 이어지는 여정. 동해안 둘러보기도 식후경이다. 일단 밥심으로 든든하게 여행을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에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리하여 맛집으로 고른 곳이 강원도 동해시 추암해수욕장에 있는 카페 터틀. 카페 터틀은 맛집 블로거 다수가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고 있는 브런치 카페다. 맛있는 버거와 시원한 뷰를 자랑하는 맛집으로 소문나 있어 기대감을 갖고 방문해보았다. 주문한 버거와 커피를 받아들고,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해변을 바라보며 지친 마음을 달랬다.
해변에서 소중한 추억 쌓기
브런치를 마치고 삼척해수욕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인적이 드문 가을 바다는 그만의 운치를 품고 있는 법. 두둥실 떠가는 뭉게구름과 수평선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니 어느새 마음속 한 편에 쌓아놓았던 근심·걱정은 사라졌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모래사장을 무심코 걷다보니 곳곳에 놓인 포토스팟이 눈에 띄었다.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소중한 추억을 쌓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동해안은 여행지와 여행지를 이동하는 사이에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보니 왼편으로 푸르른 바다가, 오른편으로는 고즈넉한 숲이 펼쳐졌다. 창문을 열어 바다내음을 맡으면서 드라이브를 즐겼다.
여행객의 예술 쉼터에서 잠시
새천년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비치조각공원이 맞춤 맞은 장소에서 방문객을 맞는다. 드라이브에 조금 지칠 때쯤 도로변에 그 모습을 드러내 쉼터를 제공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저마다 개성을 지닌 조각상들을 완상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한 장소다. 바이올린 켜는 여인은 청동의 재질에서 아련함이 흐르고, 돌 조각상은 우툴두툴한 해산물의 질감이 제대로 살아 있다. 구상인 듯 추상인 듯 오묘한 물고기와 화강암의 양감을 풍부하게 표현한 조각상도 보는 이의 눈길을 유혹한다. 해풍을 견디며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는 비치조각공원의 조각상들은 여느 공원에서 듣기 어려운 신비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았다. 간식을 꺼내 먹으며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조각상들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서야 조각공원을 떠날 수 있었다.
미래 세대의 소원을 기념비에 담다
역시 해안가에 있는 소망의 탑은 스치듯 지났다. 한국관광공사가 제공하는 여행 정보인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따르면 소망의 탑은 뉴밀레니엄을 맞아 2000년 건립한 탑이다. 미래세대인 신혼부부, 청소년, 어린이의 소망석이 각각 1~3단을 구성하고 있다. 탑신은 황소 뿔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소원을 비는 양손의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양손 아래 반지가 있고 반지에 종이 걸려 있는 모습에는 미래의 소원(종)을 들어주기로 한 약속(반지)을 소중히 지킨다(양손)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하다.
어머니의 품과 같은 삼척항
멀리 떠났던 배가 항구로 돌아와 안정감을 되찾듯, 이번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인 삼척항은 어머니의 품 같은 안락함을 지닌 어항이었다. 만선의 꿈을 담은 부둣가와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해산물 음식점들이 푸근한 고향 내음을 자아냈다.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상인들의 담담한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이번 여행의 의미를 반추하는 과정. 설렘으로부터 안정감을 되찾고 여정을 되짚는다는 의미에서 삼척항은 좋은 종착지였다. 봄이었으면 벚꽃이 만개했을 해안도로와 그 옆으로 병풍처럼 흐르는 아기자기한 삼척항의 능선을 바라보며 여행기를 마친다. 청량감과 안정감을 두루 갖춘 마음의 풍요가 함께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