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양시 온수배관 파열사고, 구리시 대형 싱크홀 등 지하매설물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지하매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2018년 1월부터 시행 중인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안전법)’의 내용도 보다 강화된 안전관리체계 확립과 안전한 개발·이용을 목적으로 일부 개정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올해 1월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를 설립했다. 전문성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하매설물 관리 기법의 패러다임 전환
현재 상수도, 하수도, 전력선, 난방관, 가스관, 송유관, 통신, 공동구 등 8대 지하매설물은 각 관리 주체가 담당해 운영하고 있다. 각 기관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지하매설물 정보를 하나로 모으고, 통합 안전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를 설립해 노후화된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스마트시티에 새롭게 적용되는 지하매설물의 규정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스기술공사 현장 전문가들이 전국 4,900km에 달하는 천연가스 배관의 안전관리를 수행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노후 8대 지하매설물에 대한 체계적인 종합안전관리 기법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Q. 반갑습니다, 신상봉 소장님. 연구소의 설립 배경과 전반적인 업무는 무엇인가요?
한국가스기술공사는 매설배관에 대한 안전관리, 진단, 보수 등 분야에서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 인원만 500명 넘게 두고 있고, 직원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4,900km가 넘는 가스 배관을 매일 왕복으로 안전관리한 덕분입니다.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의 설립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가스기술공사만의 배관관리 노하우를 8대 지하매설물(가스관, 상수도, 하수도, 전력선, 난방관, 송유관, 통신, 공동구) 관리 주체들과 공유하고 배관안전관리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업무를 설명하자면, 가스기술공사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배관 종류의 구분 없는 기술융합을 추진하고 해외보다 기술 수준이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하고 이를 알려서 배관업계 전체의 안전관리 효율성을 높이는 중입니다. 또한 세미나 및 포럼 등을 통해 배관업계 전체 인사가 참가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안전관리 기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업체 간 교류를 활성화해 배관안전관리의 전체 수준을 향상하고자 합니다.
Q. 연구소 구성원들은 각자 무슨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요?
우선 전태현 선임연구원은 업무 관련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연구소의 백화점입니다. 연구과제 발굴, 기획, 수행, 정산, 사업화, 관리를 담당하고 있지요. 박성수 직원은 앞으로 두각을 보여줘야 하는 연구소의 기대주로서, 여러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신유경 직원은 아직은 신입직원으로 여러 업무를 차근차근 배우고 있습니다. 연구과제 관련 기초 자료조사 및 분석, 기획 보조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유나 직원은 우리 조직의 어시스터로, 과제 관련 기초 자료조사 맡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저는 연구소 내 업무 총괄과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연구소가 진단하는
지하 안전관리체계의 미래
신상봉 소장은 포럼을 통해 지하매설물에 대한 안전의식이 고취되었으면 했다. 안전의식은 분명 앞으로 미래상에 대한 공감대가 선행돼야 확보될 수 있을 터. 지하안전관리에 대해 연구소가 진단하고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지난해부터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포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가스기술공사는 지난해 11월에 지하매설물 통합 안전관리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외부전문가를 모시고 국내외 지하매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정책·산업 동향 및 연구개발 현황을 파악하고, 우리 공사가 직·간접적으로 기술개발이 가능한 분야를 도출하는 자리였습니다.
올해에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부식방식학회와 함께 공동으로 포럼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포럼 명칭은 ‘부식 환경에서 지하매설물 스마트 통합 안전관리체계’입니다. 이를 통해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지반침에 의한 지하배관 이대로 정말 괜찮은가에 대한 의문점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또한 우리 공사가 25년 동안 천연가스배관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포럼은 지난 9월 21일(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내용에 대해 궁금한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아래 유튜브 링크를 통해 포럼 영상 확인이 가능합니다.
유튜브 바로보기 ▶
Q.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하 안전관리체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먼저, 배관의 전주기 수명관리와 장기사용 매설배관에 대한 정밀안전진단기술 적용의 일원화가 필요합니다. 매설배관은 필요, 계획, 설계, 시공, 가동 전 검사, 운영 및 유지보수로 이뤄진 모든 주기의 공정을 철저히 관리해야만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들 주기 내 한가지 활동이 잘못 수행되면 배관은 교체 또는 폐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지하에 설치된 지하매설배관은 총 61,463km이며, 이 중 20년 이상 경과 배관은 20,543km로 33.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장기사용에 따른 선전성 평가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나 국내에는 일부 배관에만 적용되어 운영 중입니다. 특히 석유화학단지의 고압 가스배관이나 열 수송관 등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장기사용 매설배관의 건전성을 위해서는 배관의 사용정지 및 고가장비 투입 등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매설배관 관리주체가 반드시 이에 참여할 필요가 있고, 관련 법과 제도도 정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Q. 제삼자에 의한 무단굴착도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도시가스의 경우 굴착공사로 인한 사고가 2015~2019년 전체사고의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굴착공사를 할 때는 사전에 EOCS라는 굴착정보지원센터에 미리 신고하고 입회요청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미신고로 인한 무단굴착, 신고하고 협의내용과 다른 구간을 굴착하는 임의굴착 등으로 인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사람과 제도의 한계를 보완해 줄 ICT 융합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의 개발과 적용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굴삭기 등 굴착장비를 인공지능을 통해 객체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 드론, 배관 상부에 포설하여 굴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스마트 예방시트, 굴착 시 발생하는 진동을 감시하는 광케이블시스템 등이 개발·상용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기술들을 신규배관 건설이나 배관 교체 시 확대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현재 구축되고 있는 지하공간 통합지도의 데이터를 전송받아 굴착장비를 제어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통해 원천적으로 무단굴착을 예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룬샷, 무엇이든 시도하고 도전하라
앞으로 가스기술공사의 어젠다를 주도할 만한 잠재력을 갖춰나가는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 다만 신생 조직인 만큼 조직이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리더의 운영 철학 및 방식이 중요하다. 신상봉 소장에게 연구소 운영 방향과 구성원의 임무에 대해 물었다.
Q. 팀워크 및 팀 내 의사소통과 관련해 소장님이 강조하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우선 연구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의 정체성과 의미를 항상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향후 지하사고는 시설물 노후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 연구소가 사고 예방을 통해 국민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는 곳임을 조금은 과장을 섞어서라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업부서 업무와는 달리 연구개발 업무는 이른바 룬샷1)이 극명한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도록 연구원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과업에 대해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려고 합니다. 또한 실패나 실수를 최대한으로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 룬샷(Loonshot):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괴짜 같은 아이디어
연구소의 미래에 묻고 답하다
당신의 꿈과 비전은 무엇인가요
신상봉 소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직원들의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궁금해졌다. 미래 주역의 꿈이 곧 조직의 미래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 구성원들은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에 대해 물었다.
Q.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의 일원으로서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상봉 소장은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가 스마트한 안전관리체계를 주도하고,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회사가 제일 잘하는 것이 배관관리지만 연구개발이 제일 어려운 부분도 배관관리입니다. 앞으로 스마트시티에서는 무단 굴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배관 위에 스마트 예방 시트나 진동감시시스템 등과 같은 IoT를 접목한 융복합 기술이 도입·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지하매설물 안전관리 연구소가 선도적으로 스마트한 안전관리체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전태현 선임 연구원은 지하매설물의 노후화로 각종 화재 및 재난사고 발생 우려가 커지고 국민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며, 해당 업무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지하매설물 안전사고에 대한 사후적 대응체계이었다면, 앞으로는 선제적인 관리체계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지하매설물의 각종 재난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관리 대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덧붙였다.
박성수 연구원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기에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한 소명의식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제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일한다며 입을 뗐다. “우리 공사는 국가 주요시설인 천연가스 주배관 관리를 목적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공공안전관리의 역할을 다하고 기술기여를 통해 공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이 제 인생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통계학을 전공한 신유경 연구원은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한 융복합기술이 산업전반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지반함몰(땅꺼짐)예방, 무단굴착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석기술 등을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 연구원은 “지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연구과제 수행으로 국민에게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함께 연구하며 가스기술공사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는 포부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전유나 연구원은 “지하매설물 안전관리는 지난 2014년부터 땅꺼짐, 온수관파열 등이 발생하면서 이슈가 되어, 현재는 지하매설물 안전에 대한 분야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안전관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의 정확한 자료조사, 동향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지하매설물을 관리하는 주체들의 관심과 홍보를 통해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입니다. 제가 맡은 정보조사, 홍보와 마케팅을 통해 지하매설물 안전관리연구소가 회사의 중심이 되는 그날까지,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